기술과 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디자인 역시 더 이상 감각이나 경험만으로 결정될 수 없는 영역이 되었다.
오늘날의 디자이너에게는 기술의 흐름을 이해하고, 조직과 시장의 전략 속에서 디자인의 역할을 설명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
GM Technical Center Korea 디자인센터에서 자동차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근무 중인 윤원준 동문(박사 22’)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한양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MOT)을 선택했다.
MOT에서의 학습과 연구 경험은 디자인 실무에서 내려왔던 직관적 판단을
기술과 데이터에 기반한 전략적 판단 기준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틀을 제공했으며,
이는 현재 GM에서의 디자인 전략과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더 나아가 그는 MOT 졸업 이후 한양대학교 산업융합학부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실무와 연구를 통해 축적한 기술경영적 시각을 교육 현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MOT 진학을 통해 실무 디자이너의 역할과 커리어를 확장해 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 현재 GM에서 맡고 계신 역할과 함께, 주로 담당하고 계신 디자인 분야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저는 GMTCK(GM Technical Center Korea) 디자인센터에서 자동차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근무하며,
캐딜락, 쉐보레, GMC 등 GM 산하 여러 브랜드 차량의 실내 공간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보기 좋은 자동차 실내 공간을 만드는 것을 넘어, 운전자와 탑승자에게 편안하고 직관적인 사용 경험을 제공하며,
각 브랜드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감성을 실내 공간에 담아내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동시에 연구자로서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 비교적 연구가 미진했던 디자인 IP(지식재산권) 융합연구를 통해
새로운 학술적 주제를 발굴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WIPO(세계지식재산기구) 및 특허청에서 관련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식재산연구』, 『산업디자인학연구』 등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며 디자인과 지식재산권 분야의 학술적 기반을 마련해왔습니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산업융합학부 겸임교수로서 실무와 연구 경험을 학생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2. 실무 디자이너로 활동하시면서, 동시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박사과정 연구를 통해 실무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판단들을 이론과 데이터로 다시 해석하면서,
실무 경험과 연구적 사고 사이에 공유할 수 있는 영역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이 두 영역이 단절된 채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는 아쉬움도 느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동안 현장에서 체득한 실무 경험과 박사과정을 통해 정리된 사고 방식을
학생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어떻게 디자인하는가'를 넘어,
왜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되는지, 그 선택이 기술과 조직, 산업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교육 현장에 참여하게 된 가장 큰 계기입니다.
3.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의 학습 경험 중,
현재 GM에서 디자인 전략이나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가장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크게 도움이 된 것은 디자인 결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실무에서는 "이게 더 나아 보인다", "고객이 이걸 선호할 것 같다" 같은 직관적 판단으로 디자인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자이너 본인에게는 분명한 근거처럼 느껴지지만, 엔지니어나 경영진에게 설명할 때는 설득력이 약해지기 쉽습니다.
특히 여러 부서가 함께 의사결정할 때 "왜 이 디자인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요구받게 되는데, 그 지점에서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달라진 점은, 직관적으로 내렸던 판단들을
기술 트렌드, 사용자 데이터, 조직 전략이라는 구조 속에서 논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위치나 버튼의 레이아웃이나 작동방식을 제안할 때,
"이게 더 좋다"가 아니라 "현재 기술 수준과 사용자 수용 패턴을 고려할 때 이러한 배치와 타입이 적합하다"는 방식으로
데이터에 기반해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디자인 제안의 수용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조직 내에서 디자이너가 단순한 실행자가 아닌 전략적 의사결정 참여자로 인식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4. 디자인 실무자 입장에서 볼 때, ‘기술경영’ 관점의 연구와 교육이 왜 필요하다고 느끼셨는지,
MOT 진학을 통해 체감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디자인 실무자로 오랜 시간 일하면서, 자신의 영역에 깊이 몰입할수록 개발 과정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기술과 디자인은 분리될 수 없는 관계임에도 실무 현장에서는 각자의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기술 도입 시점, 사용자 수용성, 브랜드 전략과의 연결성 등
복합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디자이너의 직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고,
이것이 기술경영 관점의 연구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였습니다.
한양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의 TD(Technology Design) 트랙은
기술과 디자인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경영 전략과 연결하는 접근 방식으로, 제가 실무에서 느꼈던 문제의식을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틀을 제공해주었습니다.
MOT 진학을 통해 체감한 가장 큰 변화는 시야의 확장이었습니다.
실무에서는 프로젝트와 일정에만 집중하게 되지만,
MOT 연구를 통해 한 발 물러서서 디자인 활동을 산업과 조직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별 프로젝트의 성패를 넘어 왜 특정 디자인 전략이 반복적으로 선택되는지,
혹은 왜 어떤 접근이 조직 내에서 지속되기 어려운지를 분석할 수 있게 되었고,
디자이너로서 해오던 판단을 더 큰 구조 속에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실무에서 디자인 제안의 설득력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5. 박사과정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도전의 순간이 있다면 공유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박사과정 연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도전은, 오랜 실무 경험을 통해 형성된 직관을 학술 연구의 언어로 전환해야 했던 과정이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던 판단이 학술 연구에서는 명확한 이론적 근거와 체계적인 논리 검증을 요구받았고,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당연해 보이는 현상'을 객관적 데이터와 학술적 개념으로 재정의해야 했던 과정이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주신 분이 김지은 지도교수님이셨습니다.
연구 방향이 흔들릴 때마다 단기적 성과보다 연구의 일관성과 학문적 완성도를 우선하도록 조언해주셨고,
자료 구성부터 논리 전개까지 세심하면서도 엄격한 지도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연구의 작은 진전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연구자로서의 시야를 넓혀주는 질문을 던져주신 덕분에 학위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은 가장 힘든 시기인 동시에, 실무자에서 연구자로 전환되는 계기였습니다.
지도교수님의 지원과 신뢰가 있었기에 그 과정을 버텨낼 수 있었고, 지금의 연구와 교육 활동 역시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6. 산업융합학부 겸임교수로서 학생들을 지도하시며, 요즘 학생들에게 특히 강조하고 싶은 역량이나 태도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역량은 특정 기술이나 도구보다, 문제를 구조화하고 자신의 선택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고입니다.
기술과 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지금, 특정 소프트웨어나 스킬은 금방 업데이트되지만,
왜 이 방향을 선택했는지 설명하는 능력은 쉽게 대체되지 않습니다.
또한 디자인, 기술, 경영 중 어느 한 관점에만 머무르지 않고 서로 다른 논리를 연결하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융합은 여러 요소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가능성, 사용자 가치, 조직 전략 등 서로 다른 판단 기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능력입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빠른 정답을 찾기보다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인내심입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명확한 정답이 주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그 과정이 얼마나 타당한지가 더 중요하게 평가됩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아이디어보다 그 아이디어에 도달한 사고의 경로를 설명하는 연습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7. 디자인 실무를 넘어 기술과 경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커리어의 확장을 고민하고 있는 예비 원우들에게,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진학에 대해 전하고 싶은 조언이나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과거 디자인이 제품의 외관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다양한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인터페이스, 사용자 경험, 서비스 전략까지 아우르는 융합 디자인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능력을 넘어, 어떤 기술을 언제 적용할 것인지,
그것이 조직의 전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전략가로서의 역할이 필요해졌습니다.
디자인 결정이 곧 기술 투자와 비즈니스 방향성을 결정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진학은 바로 이러한 전략적 사고를 갖추는 과정입니다.
기술과 경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면, 커리어는 실행 중심에서 의사결정 중심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이는 조직 내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본인의 전문성을 더 넓은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계신다면 기술경영에 대한 이해를 갖추는 것이 커리어 확장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